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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내에서의 입지 변화


얼마만의 포스팅인가.. ^^;;
최근에 회사 내에서의 나의 입지 변화에 대해서 주절거리려고 블로그에 들어왔다. 답답할때마다, 쏘주한잔 하면서 이야기나누던 한국의 친구들이 그립다. 요즘 나는 머리가 굉장히 복잡하다. 머리를 복잡하게 하는 요소들이 너무 많아서 일일이 열거 할 수는 없지만, 그중 하나는 회사이다.
 
회사에 입사할 때, 나는 Software Engineer라는 직급을 달았다. 한국에서의 경력을 모두 인정 받았다면 Senior급은 이미 넘어서서 Principal까지도 가능했겠지만, 영국에서의 첫 직업은 감사한 마음으로 겸허히 시작기로 하였으니, 회사가 나에게 준 직급에 대해서 아무런 불만이 없었다.

다만 나의 수준에 비해서 일들이 쉽고 책임감이 덜 주어짐에 따라 회사 생활이 다소 지루한 점이 없지 않았다. 때로는 Senior 및 Principal Engineer들이 나의 수준을 가늠하지 못하고 너무 저평가함에 따라, 회의때 대화가 잘 진행이 되지 않을 때도 많았다. 나는 이미 대부분을 안다는 가정하에 그 너머의 디자인에 대해서 질문을 하고 있는데, 그들은 내가 기초적인것을 궁금해한다고 생각하여 계속 톱니바퀴가 헛도느듯한 질의응답을 한적도 상당히 많았다. 확실한 것은, 내 영어실력때문이 아니었었다는 점이다.

나름 C++ 프로그래밍 능력과 그간의 커리어에 대해서 대해서 자부심이 있었지만, 뼛속까지 한국사람인 나는 그것을 드러내기 보다는 그냥 주어진일에 충실하며 첫 1년을 보냈다. Manager는 내가 일을 너무 일찍 끝내고 놀고있는 것에 대해서 여러가지 의문을 품었지만, 일에 꼬투리를 잡을게 없으니 그에게로서도 좋은일이었음은 두말 할 나위가 없을것 같다.

그래서 나는 남는 시간에 놀다가 지치면, 여러가지 일을 만들어서 추가로 하곤 했다. Team leader와 동료들을 위해 다이어그램 및 문서를 만들어서 메일로 돌리거나, 다양한 조합의 성능테스트를 수행해서 결과 분석 보고서를 보내주거나 하는 등의 일이었다. 

4개월전부터, 나는 점점 바빠지기 시작 하였다. 점점 복잡하고, 세부적인 구현에 투입 되었고, 구조 보완와 새로운 설계에 관한 논의에 점점 자주 참여하게 되었다. 이는 작년 12월에 새로 시작하는 프로젝트 때문이었다. HTTP proxy와 유사한 동작을 하는 디지털 방송 DRM 서버를 만드는 일이다. 사실 나도 이 일에서 나만큼 적합한 경력을 가진 사람이 없었을거라고 생각한다. Windows에서 Linux로 일부 포팅해야하며, C++/STL/BOOST 로 개발해야 하며, TCP,IP,HTTP,MPEG TS,Apple HLS 등의 프로토콜을 알아야되고, 우리회사 독자 기술들인Encryption 및 Indexing을 이해하고 새로 구현할 수 있어야 하니까 말이다. 개발 할 것이 늘어나면 피곤하긴 하지만 그만큼 다양한 지식을 습득할 수 있고 실력도 향상 시킬 수 있으니 즐겁다.
evolution of programming language!evolution of programming language!

어제는 개발중에 설계 미흡으로 인해 더이상 진행 할 수없는 상황이 되어 오전에 한시간 정도 할일이 없어졌다. 그래서 미흡한 설계 부분에 대해서 flow chart와 event handling table을 그려서 동료들에게 보내고 의견을 달라고 했다. 이메일로 의견 주고받는것은 영어가 딸리는 나에게는 가장 공평하고 합리적인 discussion 방식이다.. ^^


몇시간에 걸쳐 동료들간의 이메일 discussion이 진행된 후, 뜬금없는 메일이 눈에 띄었다. 그 discussion 이메일 수신자중 한명이던 principal consultant가 manager에게 보내는 메일이었다. 그 내용인 즉, 나를 design work에 참여 시키고 싶으니 개발 업무 일정을 일부 빼달라고 부탁하는 내용이었다. 이 메일을 보고는 만감이 교차 했다.

나의 장기 경력 계획은, software architect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design work의 경험이 되도록 많아야 한다. 한국에서 일할때 design work에 참여했던 프로젝트도 몇개 있었지만 대부분은 설계된 방향에 맟춰서 구현하는게 나의 일이었다. 그래서 이번에 design work에 참여하게 된다면 굉장히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 팀 리더와 멤버들 모두 C++ 골수들이라서 구조 설계에 대해서는 Geeky한 면이 많아서 걱정이긴 하지만 말이다.
 
내가 염려하는것은, Engineer라는 직급으로써, 이 일에 얼마나 헌신적으로 임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한국이라면 글쎄, 일단 최선을 다해서 능력을 보이고, 그 보상으로 특진을 하고, 회사에서 더 굳은 입지를 다질 수 있을수도 있겠다. 하지만 영국에서라면? 직급에 맞지 않는 중책을 맏기는 것은 쉽게 물어서는 안될 떡밥이다. 토사구팽이 한국보다 더한곳이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기로에 서 있다...